- 머리글-굴종의 역사, 저항의 미래
- 프롤로그-조선은 동방노예지국이었다
- 제1장 개천에서 용 난다
- 5백 년 도읍지 서울을 짓다-신생 조선의 토목 건축을 주도한 박자청
- 북변의 일은 내게 맡겨라-8도 감사를 지낸 북방 전문가 반석평
- 그래, 나는 소소인이다-광해군과 인조의 수호천사 정충신
- 집집마다 신의 의술을 만나게 하리라-허준도 인정한 침구술의 대가 허임
- 더 읽을거리/마소보다 못하구나. 사노비
- 더 읽을거리/양인들도 부러웠다. 공노비
- 제2장 전설이 된 사람들
- 외눈으로 단종애사를 예견하다-세종의 역린을 건드린 풍수학자 목효지
- 울릉도와 우산도는 조선 땅이다-대마도주의 흉계를 물리친 호걸 안용복
- 오늘 문곡성이 빛을 잃었구나-평생 방황한 서인의 장자방 송익필
-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전하 편입니다-영조의 빛과 그림자, 목호룡
- 더 읽을거리/노비 증식의 주범, 일천즉천
- 더 읽을거리/노비 매매, 노비 자매의 비극
- 제3장 우여곡절 여인사
-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고독한 세종의 따뜻한 둥지, 신빈 김씨
- 나는 조선의 공주다-관노로 전락한 문종의 맏딸 경혜공주
- 내게 죄가 있다면 하늘에 물어보라-노비를 사랑한 양녕대군의 딸 이구지
- 누가 나를 요녀라 부르는가?-문정대비를 도와 불교 부흥을 이끈 정난정
- 더 읽을거리/노비들의 평생소원, 면천
- 더 읽을거리/도망친 노비를 잡아들여라, 노비 추쇄
- 제4장 울며 세상을 노래하리라
-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세조를 곤경에 빠뜨린 양성인 사방지
- 백성들은 어찌 살란 말이냐!-부조리한 시대를 질타한 시인 어무적
- 오동나무 비 젖으면 애간장이 타는구나-애틋한 순애보를 남긴 예학자 유희경
-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시를 쓰겠다-종놈으로 왔다 시인으로 떠난 이단전
- 더 읽을거리/곱단이와 도야지, 내 이름은 무엇인가?
- 더 읽을거리/문선왕의 가호를 받은 성균관 노비
- 제5장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인연과 악연 사이-정도전과 단양 우씨 문중의 천출 시비
- 한번 기생은 영원한 기생-왜 그녀에게만 돌을 던지는가?
- 내 자식은 내가 챙긴다-미암 유희춘의 얼녀 면천기
- 돛 달아라, 돛 달아라-7백여 구 노비로 일군 낙토, 보길도
- 더 읽을거리/조선의 노비 제도에 맞선 사람들
- 더 읽을거리/세계 노예 제도의 역사
- 에필로그-조선, 공자를 욕보인 나라
- 참고문헌
조선은 동방노예지국이었다
조선은 개국 이래 고려의 노비 제도를 아무런 반성 없이 수용했다. 게다가 조선의 위정자들은 고려의 귀족들이 종주국 원나라 관리들의 조롱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노비 제도를 고수했던 것처럼 구태의연한 노비 제도를 개선하기보다는 개악을 통해 부를 확대하기까지 했다. 실로 조선이란 나라는 예를 하늘처럼 받드는 동방예의지국인 동시에 동족을 노예로 부린 동방노예지국에 다름 아니었다.
조선에는 노비, 승려, 백정, 광대, 공장, 무당 등 다양한 형태의 천민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수효가 많고 양반 제도 운영에 커다란 공헌했던 부류가 바로 노비였다. 최상위 계층인 양반들이 사서삼경을 들먹이며 도학자연하고 있을 때 그들의 관가와 사가의 노역을 전담하면서도 마소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은 현재 거대 자본의 굴레에 얽매여 착취당하는 하층민들의 데자뷰이기도 하다.
조선 노비의 역사는 양반의 역사와 평행선을 긋는다. 노비의 수효가 늘어나면서 양반의 위세는 강고해졌고, 노비의 수효가 줄어들자 신분 사회의 큰 틀이 무너져 내렸다. 노비가 마소보다 싸구려로 팔릴 때가 조선의 전성기였다면 양반이 개잘량이라 조소 받으며 겻불을 쬘 때 왕조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혹자는 시대를 말하고 외침을 들먹이지만 조선의 비정상적인 신분 제도는 그 자체로 멸망의 씨앗을 잔뜩 품고 있었다.
조선 왕조 5백 년 역사 속에서 대다수 노비들은 운명에 순응하며 살았지만 그중에 몇몇은 제도의 허점과 인간적인 정리, 혹은 거센 저항을 통하여 팔자를 바꾸었다. 물론 그들은 성공한 이후에도 완고한 계급 사회의 별종으로 취급당했지만 개중에는 양반들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빼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서인의 제갈량으로 불린 송익필, 상례 전문가 유희경, 노비 시인 어무적, 홍세태 같은 사람들이다.
사농공상이라 하여 직업으로 인간을 차별하던 그 시대에 뛰어난 전문 기예를 발휘한 토목 전문가 박자청, 과학자 장영실, 의관 허임도 매우 특별한 존재다. 반면 상전의 은덕으로 면천되어 고위 관직에 오른 반석평, 유극량, 정충신 등은 충효를 중시하는 유교 사회의 아량을 광고하는 모델로 이용되었다.
여인의 경우에는 세종의 사랑을 받은 신빈 김씨, 태종의 총비 소빈 노씨, 중전의 지위에 오른 장옥정, 명종 대에 윤원형의 첩으로 들어가 정경부인이 된 정난정 등 얼녀 출신이 많았고, 연산군의 후궁 장녹수처럼 기생이었거나 광해군의 후궁 개시처럼 아예 노비였던 사람도 있다. 또 고귀한 공주 신분에서 관노로 추락한 경혜공주, 사노비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은 현주 이구지의 이름이 또렷하다.
조선의 역대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시스템에 순응하여 아첨하고 타협하는 사람들에게는 달콤한 꿀을, 질문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한 응징을 가했다. 겉으로는 위민정치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그렇듯 폭압적인 공포 정치를 바탕으로 이 양반 저 양반들이 5백 년 내내 그들만의 태평성대를 누렸던 것이다.
이 책은 2014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시행한 우수출판콘텐츠 공모에 당선되었고, 출판회사 유리창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원고 일부분을 수정 보완하고 거친 문장을 다듬어 전자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이상각/작가, 역사저술가. 소설, 동화, 자기계발, 인문, 항공, 한국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저서 및 편역서로 《악동시대》, 《성채》, 《모쿠소관 전기》, 《삼십육계-성공의 법칙》, 《전국책 화술책》, 《마음을 열어주는 명심보감 이야기》, 《고려사》, 《조선 왕조실록》, 《조선팔천》, 《조선 정벌》, 《조선 침공》, 《나도 조선의 백성이라고》, 《효명세자》, 《이산 정조대왕》, 《이도 세종대왕》, 《이경 고종황제》, 《한글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 《대한민국항공사》, 《중국여자전》 등이 있다.